5. 예수님이 내쫓으신 성전의 장사꾼들은 어디에 있었을까?

성전 벽 남쪽의 미문을 통해 들어가면 왕의 행각 지하를 거쳐 성전 뜰 밖으로 나오게 된다. 이 곳 한 편에는 제사에 필요한 제물과 성전세를 위한 환전을 담당하는 상점이 있었는데, 이 상점은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의 소유였으며, 가야바는 안나스의 사위였다.

하나님께 드릴 예물을 준비했으나 여행 중에 제물이 상하여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며, 일상화폐가 아닌 세겔(성전 화폐)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. 중요한 것은 이 상점에서 구입한 것만 제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여 독과점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기득권을 지켜갔다. 성전영역에서 상거래는 불법이었지만, ‘성전뜰밖’은 그 성역에서 벗어나기에 문제 되지 않았다.

이렇게 거둬들인 재물은 정치적으로는 로마 총독들에게 많은 뇌물로 바쳐 대제사장들의 영역을 유지했고, 동시에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산헤드린 법정을 통해 다스렸다. 실제로 66년 유대반란 일어났을 때 반란군은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제사장 가문을 가장 먼저 학살했다.

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제사를 주관하던 제사장들이 백성들의 원망을 사게 되었을까? 대제사장의 직무는 ‘종신직’이었고, 자손들이 직무를 이어 나가는 ‘세습직’이었다. 1차 성전시대에는 이 원칙이 잘 지켜졌지만, 2차 성전시대에는 잘 지켜지지 않았고, 이 자리를 두고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대제사장들을 세워갔다. 결국 동시대에 두 명의 대제사장이 세워지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 기도의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.